마치 식목일에 민둥산에 나무를 심을 때처럼 땅을 파고 나무의 뿌리를 가지런히 펴서 구멍에 밀어 넣고 흙을 덮은 뒤 물을 주면서 하루 빨리 자라서 울창한 숲이 되길 기원하던 마음으로 병원에서 머리털 심기를 합니다. 머리카락을 심는 식모술의 원리가 나무를 옮겨 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머리카락을 다른 부위에 이식하면 그곳에서 머리카락이 자랄까. 이식은 할 수 있지만 이 옮겨 심은 머리털이 온전하게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나무심기를 이해하면 됩니다. 같은 토양이라도 어떤 나무는 죽지만 생존력이 있는 나무는 살지 않은가요. 머리가 빠지는 것은 두피가 문제가 아니라 탈락되는(주로 앞쪽-남방형탈모증은 앞쪽이 주로 빠집니다) 머리카락의 생존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뒷머리에 남은 머리카락을 앞쪽에 이식하는 것이 식모술의 원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식모는 나름대로 특징을 지닙니다. 소위 도너 도미넌트(donordominant)라고 해서 이식한 털이 토양에 따라 변하지 않고 원래 털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겨드랑이에 심는다고 치자면, 이 털은 겨드랑이에서 곱슬거리고 일정한 길이가 되면 자라는 것이 멈출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겨드랑이에서 머리카락 성질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자랍니다. 단 환경이 바뀌어 겨드랑이 사이의 압박이나 마찰에 의해 머리카락처럼 직상모(일직선의 머리)가 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머리카락의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눈썹, 음모, 수염 이식
눈썹 식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눈썹을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돈하는 것입니다.
눈썹도 머리털을 이식합니다. 우리 몸에 눈썹과 같이 짧으면서도 굵은 털이 난 부위가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 머리를 심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근을 심어주는 방법은 같지만 정교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근을 하나씩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식모 하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눈썹 이식에 필요한 머리털은 한쪽에 3백개 정도입니다.

수염 이식
수염은 남성의 권위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과거에는 어떤 남자나 수염을 기르고 다녔고 수염을 깎는 것을 형벌이나 모욕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수염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은 많지 않습니다. 수염이 없어서 이를 이식하고자 하는 사람 역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흉터가 있을 때, 언청이 같은 수술자국이 남아 있을 때는 이를 감추기 위해 식모술 할 수 있고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음모의 식모술
음모하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 몸에 난 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여성의 경우 음모는 초경을 맞는 12∼13세부터 시작되어 사춘기가 지나는 17∼18세 때 완성됩니다.
무모증은 남성에게는 볼 수 없고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남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입니다. 이러한 무모증 여성은 대부분 유전적인 영향으로 나타나는데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음모의 역할은 피부의 마찰을 줄여주고 성적 유인물질을 발산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으나 실제 여성의 음모가 없다고 남녀사이에 성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음모가 없는 것은 미관상, 그리고 우리의 통속적인 관념상 부정적으로 비친다는 것뿐인데 그럼에도 병원을 찾는 무모증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개인에 따라 상당히 심각한 듯 합니다. 이런 여성도 음모 이식으로 만족할만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수술 방법은 뒷머리의 두피를 떼어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심게 됩니다.
무모증 여성에게 심는 털의 수는 대략 5백∼1천 개 미만이며, 이 정도라도 충분히 시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모증 이식술을 시행할 때는 음모의 모양을 상의해 디자인을 하고 털의 특징을 살려 방향과 각도를 자연스럽게 합니다. 일단 이식한 털은 머리카락 이식 때와 마찬가지로 한번 빠지고 난 뒤 4개월 정도가 되면 영구적인 음모가 나기 시작합니다.

수술 방법은?
수술은 전신 마취와 국소 마취모두 가능하며, 수술 시간은 식모 범위에 따라 큰 차이가 나며 대개 대머리 식모술인 경우 4시간 그 외 부분은 1-3시간 정도입니다.
수술은 우선 디자인을 하고, 수술 예정 부위를 국소적으로 마취한 후 이식할 두피 조각을 폭 1.5∼2cm, 길이 8∼10cm 정도 떼어냅니다. 이어 두피를 떼어낸 자리는 봉합합니다. 피부는 늘어나기 때문에 가는 선의 흉터가 남는 것 외에 별 문제가 없으며 흉터는 머리카락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없습니다. 떼어낸 두피를 분리한다. 중요한 것은 모낭에 손상을 주면 생착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리된 모낭을 이식침에 장착하고 디자인하여 놓은 부위에 심으면 됩니다.

수술 후의 관리는?
수술은 국소마취를 하기 때문에 통증도 없고 위험부담도 적습니다. 다만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환자가 원한다면 자면서 수술을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시술이 끝나면 곧 귀가할 수 있으며, 수술 부위의 치료가 약 2주 가량 걸립니다. 이식한 머리털이 생착하는 데 필요한 기간입니다. 수술 부위는 문지르거나 긁으면 안되며, 머리 감는 것은 물론 물이 튀어도 가볍게 수건으로 눌러 물기를 없앱니다. 2주 후에는 머리를 감을 수 있습니다.

수술 후에 심은 털은?
심은 모발은 3주일이 지나면 일단 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빠지는 것은 모간일 뿐이며 모낭 자체가 탈락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자면 머리카락이 충격에 의해 휴지기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빠진 머리는 6개월 이전에 다시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나오는 것이 영구적으로 이식한 머리카락인 것입니다.